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수자원 인프라의 관리 방식에도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예측을 뛰어넘는 집중호우와 가뭄, 연중화된 극한 기후현상은 구조물의 설계기준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댐, 수문, 취수탑 등 핵심 인프라의 안전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댐의 약 75%가 준공 30년을 초과한 노후 시설로 분류될 만큼 노화가 진행되고 있고, 현장 점검의 정밀성과 빈도 모두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인력 중심의 점검 방식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위험 구간 접근, 데이터 기록의 비일관성, 반복성 부족 등의 문제를 지닌 채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로보틱스 기술은 수자원 관리의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 ROV(Remotely Operated Vehicle, 원격조종 수중로봇), USV(Unmanned Surface Vehicle, 무인 수상로봇) 등 무인이동체를 기반으로 고정밀 센서와 AI 분석기술을 결합한 로보틱스 점검 체계는 비접촉 방식으로 구조물의 상태를 정량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점검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기반의 이력 관리, 열화 추세 분석, 예측형 유지관리까지 확장 가능하다. 또한 점검 결과의 자동 저장과 추적 기능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최근의 안전 법제도와도 부합하는 기술 기반의 점검 체계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국외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이미 상용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육군공병단은 자율주행 수상로봇과 AI 센서를 접목해 댐과 여수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미국 해양대기청은 자율 수중로봇을 통해 수질·생태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있다. 덴마크는 Blue Atlas Robotics의 ROV로 항만 구조물의 균열을 정밀 분석하며 시각화된 진단 보고체계를 운용 중이고, 일본은 AI 기반 영상분석과 자율 ROV를 활용한 다목적댐 내부 점검을 실증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중 콘크리트의 박리, 침식 여부를 정밀 진단하고 있으며, 독일은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광학 거리 측정 기술) 스캔과 GPS 연동 기술을 통해 제방·수문 상태를 정량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 인프라 관리에 로보틱스 기술을 선도적으로 접목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국내 여건에 적합한 로보틱스 기반 진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드론 영상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화는 물론, 초분광 센서를 이용한 수심 및 표면열화 분석,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자동 손상 탐지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수중 영역에서는 ROV를 통해 취수탑과 수문 등 구조물의 미세한 손상까지 정밀하게 진단하고 있으며, 조도 보정·노이즈 제거·색 왜곡 보정 등 후처리 기술을 활용해 영상 데이터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USV는 자율 항해를 통해 수심 및 하상 단면을 정밀 조사하고, 드론 기반의 3차원 모델링 결과와 융합하여 홍수 전후 지형 변화나 퇴적·침식량을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구조물의 안전성과 하천환경까지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한 지상이동로봇을 활용한 실내·외 인프라 점검 기술도 도입을 위한 적용성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구조물의 점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자율주행 기반의 반복 점검과 통합 운영 플랫폼 연계를 실현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정책적 기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AI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고, 디지털 트윈과 연계된 플랫폼을 통해 점검-분석-보고-예측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하며, 자동 점검 결과의 법적 효력 확보와 기술표준 제정도 필요하다. 공공주도의 실증사업과 민간 협력 확대를 통해 기술 내재화와 제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수자원 인프라의 회복탄력성과 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복합재난의 시대에 로보틱스 기반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수자원 인프라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는 기술과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미래 대응형 관리체계로 나아갈 시점이다. 박인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